Dorothea S.

@ herzbayerns

[렝돌] 희지님 관계성 스프레드

 

1. 레오나르드를 나타내는 스프레드

스스로를,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환경을 강하게 제어하고자 하는 기질이 카드에서부터 엿보이네요. 본인이 정해놓은 범위가 있고, 그 안에서 성공하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사회적인 기준에 부합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해야 할지, 사회적 가치에 자신을 맞춰보이는 것을 잘 하기는 하지만… 사실 본인의 기준이 사회와 아주 잘 맞는 않아요. 남들이 ‘왜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법한 구석의 고집이나 욕심 같은 걸 버릴 수 없는 사람이랄까요.

실패가 싫은 것도 싫은 것이지만, 이 사람이 진짜 싫어하는 건 ‘타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컨트롤 프릭이고 예민한 기질의 유능한 왕세자라고 해서 성격의 까칠한 부분을 먼저 연상하는데, 이런 성격적 면모가 있다보니 아무리 이룬 성과가 높다 해도 지나치게 비겁하거나 교활한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겠네요.
그런 의미에서는 굉장히 올곧다라고도 보여집니다. 전반적으로 한국인이었으면 사군자 같은 것에 빗대어졌을 성격이네요.

 

2. 도로테아를 나타내는 스프레드

자기 안에 갖고 있는 욕심이나 공허 같은 게 꽤 많은 스타일입니다. 굶주렸다고 해야 할지, 탐욕스럽다고 해야 할지.
이게 막 나서서 어지럽히고 탐식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기준의 문제예요. 남들이 10만 가져도 만족하거나 그럭저럭 지나갈 법한 감정이라고 했을 때, 도로테아는 50 정도를 갖고 싶어한다는 느낌이랄까요. 그 상한선이 점점 높아질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는 만족하지 못해서가 아닐 거예요. 오히려 깊은 기쁨을 느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 그렇게 했을 때 너무 좋았지. 이번에는 어떨까?’라고 생각해서 찾으면 당연히 이전보다 자극의 상한선이랄지, 역치가 높아졌을 것이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그 전보다 강하게 요구할 테고요.
전반적으로 중독에 굉장히 취약할 거라는 느낌이 드네요. (신체적 감각보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고통과 쾌감에 둘 다 민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튼 좋은 면에서든 나쁜 면에서든 굉장히 생생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일 거라고 합니다.

 

3. 레오나르드가 생각하는 도로테아의 모습

굉장히 혼란스럽고 알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야말로 미지네요.
이런 사람의 사고방식을 짐작할 수도 없고, 그의 주변에 빗대어서 고려해볼 만한 인물도 없다고 합니다.
어느 때에는 정말 어리석고 한 치도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생각이 드는데, 어느 순간에는 또 그 심경에 공감이 갈 것 같기도 하고, 통찰력 같은 게 언뜻 빛나 보인다는 생각도 들겠죠.
그런데 이 모든 생각들이 그다지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알겠다 싶으면 모르겠고, 열 받는다 싶으면 괜찮은 말도 하고.

그래도 하나 분명한 게 있다면 레오나르드는 그런 혼란을 도로테아의 한 면모로서 받아들이고는 있다는 거예요. 그냥 이런 사람이다―하고 이해하기를 거절해버린 건 아니라는 점이죠.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 안을 들여다 보고는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4. 도로테아가 생각하는 레오나르드의 모습

도로테아는 레오나르드에게 있어서 어떤 구원을 받는 듯한 감정도 겪고 도움도 얻겠지만, 레오나르드라는 인물 개인에 대해서 존경스러운 인물이라거나, 본받아야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한 치도 안 하는 것 같아요. 어느 쪽인가 하면 닮고 싶은 인물상이라고도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애호의 대상으로 여길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상대적으로 바보 같다고 여기는 사람도 사랑스럽게만 여겨진다면 애호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의 삶의 방식에 대해 동의하거나 옳다고 여기진 않습니다. 그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요.

사람들이 종종 착각하곤 하지만 아름다운 게 옳은 것과 일치하지는 않잖아요? 미는 윤리를 배반하기도 하니까.
도로테아에게 있어서 레오나르드라는 사람은 미나 즐거움에 가까웠으면 가까웠지, 어떠한 이정표는 되지 않는 모양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탐하고 취한다’라는 방식으로 그 애정이 발현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5. 레오나르드가 생각하는 두 사람의 관계

레오나르드는 이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서도 감을 못 잡고 있습니다. 사실 이 타로에서 본 것에만 한하자면 그는 이 관계에 있어 멍청이나 다름 없어요. 아는 게 없거든요. (그야 이런 것에서 감을 잡아도 이상하긴 합니다만….)
이것을 미래가 있는 관계라고 인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로테아와 자신이 아예 무관하다고 여기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가 만약에 정말 심판자적인 입지만을 고려해서 도로테아를 바라보고 있었다면,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잖아요? 그를 그저 악으로 규정하고 다자화해서 밀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또 그러지는 못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보기에, 이 관계에 대해서 그가 생각하고 있는 바는 ‘보류’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카드에 나온 키워드가 휴실, 일시정지 같은 것들을 말하거든요.
물론 보류이니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쪽으로든 변화를 일으킨다면 그때 그의 답이 다시 나올 수도 있겠죠.

 

6. 도로테아가 생각하는 두 사람의 관계

도로테아는 레오나르드를 추운 날의 캠프파이어나 데운 술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그가 필요하고 또 그를 원한다고 생각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느낌이랄까요.
관계라는 건 상호적이잖아요? 필연적으로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의 관점도 포함해서 고려하는 게 관계에 대한 청사진이란 말이죠. 그런데 도로테아에게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애정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도로테아 쪽에서 대상화·타자화를 하면서 그를 취하는 쪽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이쪽은 오히려 보류가 아니라 대답이 너무 확고해요. ‘내게 필요한 사람’.
다만 이것이 ‘관계’로 일컬을 수 있는 무언가이느냐하는 질문만 남을 뿐이죠.

 

7. 최종 결과

두 사람의 관계는 변화의 여지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쉽사리 끝이 나는 일은 볼 수 없을 거예요.
도로테아는 항복을 순순히 내어줄 법한 인물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레오나르드가 뭔가를 쉽사리 포기하는 사람도 아니잖아요. 각자 다른 위치에서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고집불통이라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그 고착 상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가까워지는 일은 있어도 이별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부에서 끼어드는 사건이 큼지막하게 하나 있지 않고서야.